생일
어릴 때 미역국은 정말 싫었다. 갯내음 비슷한 것이 영 비위에 맞지 않았다. 헌데 생일날이면 예외없이 이 미역국이 상에 올랐다. 생일을 기억해서 특별히 차린 상이지만 미역국은 정말이지 싫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갖가지 선물, 입맛에 맞는 음식, 친구들과의 놀이, 어떤 가정은 리무진까지 동원해서 생일의 멋을 한껏 낸다.
예전의 아이들은 생일을 지나면 꽤나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비록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더라도, 아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별스럽지 않은 조촐한 생일이었지만 한 살이 더해질 때 꽤나 마음이 깊어진 것 같다. 헌데 많은 것을 누리는 요즈음, 오히려 많은 것을 누리며 뻐근하게 생일을 지내는 아이들은 한 살이 많아지는 생일이 지나도 별 달라지는 것 같질 않다.
교회가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오늘 여전도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나름대로 창립주일의 멋을 낼 것이다. 어떤 음식과 어떤 행사가 있을지가 기대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음식이 좋고 행사가 다채로워도 생일을 지낸 교회가 별 성장하는 느낌이 없다면 소리만 나는 빈수레이다. 오늘 음식이 약해도 행사가 약해도 생일을 지나며 나이만큼 성숙해지는 교회가 되는 게 실속있다. 그것은 또한 생일을 맞은 교회를 향한 주님의 기대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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