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 떨어지면 신경 예민해져 실수 유발
박세리는 게임 도중 바나나 즐겨 - 핫도그나 커피는 피해야

덥지도 않고 아직 춥지도 않고.... 골프를 치기엔 안성맞춤인 계절이다. 골프는 예상보다 많은 열량이 소모되는 운동이다. 18홀을 도는 동안 4∼5시간의 걷기(8∼9㎞)와 스윙(고강도 운동)으로 대략 1200㎉의 열량을 쓴다. 적당한 한 끼 식사의 열량이 700(여성)∼900㎉(남성)이므로 라운드 전과 도중에 열량을 보충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않은 자동차처럼 발동이 늦게 걸리고 라운드 후반에 무너질 수 있다.

골퍼의 열량 보충에는 섭취하면 금세 에너지로 전환되는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이 그만이다. 아침에 밥ㆍ국ㆍ반찬 등 우리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평소처럼 먹고 필드에 나오면 된다. 서양식을 선호하면 주스 한 잔과 400㎉가량의 음식(시리얼ㆍ땅콩ㆍ베이글 등 탄수화물 식품)이 적당하다.

식사는 적어도 티오프 30분 전(가능하면 90분 전)에 마치는 게 좋다. 이는 아침을 챙겨 먹어야 오전에 학습ㆍ작업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골프는 정신력이 많이 좌우하는 운동이다.

라운드 내내 뇌가 잘 작동하도록 하려면 뇌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해 둬야 한다. 또 탄수화물의 섭취가 부족하면 혈당이 떨어져 화를 잘 내고 신경이 예민해진다. 이는 결정적 순간에 실수를 범하게 한다.

따라서 라운드 도중에도 탄수화물을 계속 보충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들고 다니며 먹기에 적당한 식품으로는 바나나나 오렌지, 버터가 안 든 빵 등이 꼽힌다. 박세리를 비롯한 많은 프로골퍼가 라운드 중 즐기는 대표적 식품이 바나나다. 열량 보충과 적당한 혈당 유지에 유익하다.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슬라이스는 바나나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왔다.

또 『스포츠 영양 가이드북』이란 책을 보면 "라운드 중인 골퍼에겐 그라놀라(으깬 납작귀리와 견과류에 포도ㆍ살구 등 말린 과일을 황설탕이나 꿀로 버무려 오븐에 바삭 구운 식품), 에너지바, 트레일 믹스(견과류를 꿀과 버무린 식품)가 권장된다"고 기술돼 있다.

반면 핫도그 등 지방이 많은 식품은 가급적 피한다. 지방은 에너지화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소화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속이 거북하면 그만큼 집중력이 떨어진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라운드 전에는 물론 도중에도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3~4홀마다 한컵, 또는 두 홀마다 몇 모금씩 들이킨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수분을 섭취해야 최상의 몸 컨디션과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 스포츠음료는 갈증ㆍ탈수 해소는 물론 영양 보충까지 해주므로 '일석이조'. 그러나 카페인ㆍ알코올 함유 음료는 이뇨 작용이 있으므로 피한다. 특히 라운드 중 음주는 삼간다.

최근엔 뇌의 영양소이자 집중력을 높여 주는 성분으로 알려진 포스파티딜세린에 주목하는 골퍼가 많다. 뇌 신경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이 성분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노인의 인지능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소재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독일에선 포스파티딜세린이 20㎎ 함유된 에너지바를 6주간 섭취한 골퍼 20명과 그렇지 않은 골퍼 20명을 대상으로 파 3홀에서 집중력과 근육 조정능력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여기서 에너지바를 먹은 골퍼가 홀에 더 가깝게 공을 붙였다. 그러나 골프는 종잡기 힘든 운동이어서 포스파티딜세린의 효과는 아직 더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