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elweiss

환타지 월드 - 산길

8/13/2007 - 6:26:34 PM [ simple ]

◈ 산길 ◈
-김영천

산에 오르고 나서야
길은 어디로든지 나 있는 것을 알았다

산에 묻힌 듯도 하고
재빨리 그 끝을 감추기도 하지만
찾아가면 늘
제가 먼저 서둘러 길을 낸다

때로는 막힌 듯 억장으로 서 있지만
내 삶의 지난했던 굽이처럼
나무 줄기며 바위틈을 비집고
길은 고집스레 이어진다

무참히 무너진 곳마다 또 성급하게
휘돌아 난 길을 따라
마침내 도달한 정상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이젠 먼 데까지 어렴풋이 난 길을
기억해 낸다

산에 오르면
지나온 삶의 자취가 아니라도
제 발 아래로
길은 더욱 재빠르다


에델사랑방회원		<해설> 어렴풋이 정상이 눈앞에 보이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은 끝이 안보인다. 입속엔 단내가 나듯 마르고 체력은 진이 다 빠져 덜썩 주저 앉고 싶은데 도대체 눈앞에 아물거리는 마지막 정상까지 가는 이 길은 왜 이리 끝이없이 돌고돌아 재빠르게 이어지나? 드디어 기어가는 마음으로 정상에 서서 웬걸 반대편을 보니 어느새 한도 끝도 없이 재빠르게 또 이어졌구나. 산에 오르는 사람은 경건하고 엄숙한 자연앞에 자신의 약함을 언제나 느낀다. 그러기에 언제나 겸허한 모습을 유지한다. 아직도 그런 기분이 안들면 힘들게 산에 오르지말고 그시간에 돈이나 열심히 버는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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